100분토론! 여학생 시민 논객 보시게나.


내 소개를 하자면 그냥 평범한 30대 후반의 직장인이네.
자네와는 띠동갑 이상 나이 차이가 날 것 같으니 존대 생략하고 그냥 편안하게 쓰겠네. 불쾌하다면 용서하게.

백토를 보다가 자네가 이해찬 예비후보에게 질문하는 내용을 듣고 실망스럽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게 되었네. 일상이 너무 바쁘다 보니(우리나라 직장인들, 대게 정말 바쁘고 열심히 일한다네^^) 백토 끝나고 바로 글을 못 올리고 이제야 생각을 정리해서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되었으니 혹시라도 이 글을 읽게 되면 인생 선배가 그저 넋두리 삼아 하는 얘긴가 보다 하고 가볍게 읽어 주기를 바라네.

이해찬 후보에 대한 5분 청문회 순서에서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자네가 시민 논객으로 마이크 잡는 걸 보고 예비후보의 교육부장관시절 문제를 질문할 것으로 예상은 하였네.

그런데 내가 자네를 보고 실망스럽고 걱정스러웠던 건 자네가 자네 자신을 스스로 “제가 그 유명한 이해찬 1세대입니다. 단군 이래 최저 학력으로 대학 들어간 세대인데요.”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자조 섞인 웃음을 짓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라네.

자네에게 한번 묻고 싶네. 자네가 생각하기에는 자네 세대들이 정말로 대한민국 최저학력이라고 생각하나?

그렇다면, 정말 큰일 아닌가?

우리는, 우리 선배들이 그들의 희생과 열정으로 성취해 놓은 토대를 바탕으로, 더 연구하고 더 노력해서 우리나라를 선진국 문턱에까지 이끌어 왔고 앞으로 자네들이 우리나라의 주역이 될 10~20년 후에는 우리나라도 명실상부한 선진국에 진입할 것이라는 희망이 있네. 그때가 되면 자네들 덕에 우리는 좀 더 편안하고 안정된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것이고, 우리의 자녀는 더욱 행복한 환경에서 살게 될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단 말일세.

그런데 그런 자네들이 대한민국 최저학력이라니, 그것도 다른 사람들이 자네들을 폄하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네들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니,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네. 자네들이 이 사회의 주역이 될 즈음에는 우리나라가 오히려 퇴행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얘기가 아닌가?

자네는 또“하나만 잘하면 대학 들어 갈 수 있다 했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라고 얘기하더군. 정말로 그랬다면 그건 교육정책이 잘 못돼서 그런 게 아니라, 자네가 정말로 순진하거나 무책임했거나, 아니면 긴 인생의 여정에서 한번쯤 거쳐야 할 수단에 불과 한 ‘대학입학’을 삶 자체의 목적으로 삼은 잘못을 범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하네.

우선 대학이란 말이야, 한 가지만 잘해서는 절대 들어갈 수 없다네. 우리나라 최고 명문대학이라는 서울대가 세계 100위권에도 못 드는 그저 그런 대학이라고 하더라도, 어쨌든 대학은 최고의 교육기관이네. 그런 곳에서 공부하려면 그에 필요한 기초지식 정도는 갖고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나? 운 좋게 수능 대박 나서 대학 들어간 자네 또래 학생들이 대학공부를 쫓아가지 못해서 벅벅거리는 거 혹시 보지 못했나?

‘하나만 잘하면 대학 들어갈 수 있다.’라는 말은 소위 강조법이라네. 대학에서 공부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그 연령대, 그 수준에 필요한 정도의 기본 지식은 갖추되 그 외에 자신의 장점과 특기를 살려 두드러지게 잘하는 또는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있으면 그것을 잘 살려 충분히 대학에 들어갈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지.

그런데 자네들이 하는 불평들을 보면 ‘하나만 잘하면 대학 들어갈 수 있다.’라고 해서 야자도 모두 없애고 4시 되면 칼같이 하교해서 놀았는데, 고3 되니까 수능 못 보면 대학 못 가더라는 거 아닌가? 아니 그럼 정말 기본도 못하고 대학이라는 데를 가려고 했단 말인가? 우리나라 대학이 아무리 형편없어도 그 정도는 아니란 말일세.

그리고 말이야, 공부는 대학을 가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삶은 좀 더 풍요롭고 윤택하게 하기 위해서 하는 거라네. 삶을 좀 더 풍요롭고 윤택하게 한다는 건, 물론 경제적인 측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사람이 사람으로서의 존귀함과 가치를 지키며 산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그렇게 공부를 하다 보면 공부가 적성에 잘 맞아 좋은 성적을 얻어 소위 일류 대학이라는 데에 갈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남은 삶은 사는데 큰 재산이 된단 말일세.

너무 이상적이라고?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나도 수험생이 때는 대학입학이 내 삶의 전부인 것처럼 굴었으니까.

하지만, 이제 입시전쟁이라는 전선에서 한발 물러서 지난날들을 돌이켜 보면, 공부를 조금 잘하고 못하고 또는 좋은 대학을 나오고 못 나오고가 인생의 행복을 좌우할 만큼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이지.

어찌하다 보니 자네에게 핀잔만 주는 꼴이 되어 버렸는데, 사실 그럴 의도로 얘기를 꺼낸 건 아니고, 난 사실 자네들이 부럽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거라네.

이제 자네 세대들이 하나 둘씩 신입사원으로 회사에 입사하는 것을 보는데 말이야, 난 자네들의 그 재기 발랄함이 참 부럽다네.

많은 경우를 본 건 아니지만, 자네들은 뭐랄까 무질서한 것 같으면서도 정연하고, 무관심한 것 같으면서도 집중력 있고, 세간에서 하는 얘기들처럼 싸가지 없다기보다는 당차고 활발하고, 엉뚱하지만 기발하고, 뭐 하여튼 우리가 갖고 있지 못한 많은 것들이 있다는 것이지(물론 대책 없고 나약한 친구들도 꽤 있더군. 하지만, 어느 세대인들 그런 친구들이 없었겠나? ^^). 그래서 대략 앞으로도 우리 사회가 잘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단 말이지.

자네들이 대한민국 최저학력이라는데 동의하지는 않지만, 설령 그렇다 치더라도 학력이 최저이면 어떤가? 요즘 누가 공부 잘한다고 쳐주나? 개성, 창의력, 다른 사람과의 communication 능력, P/T 능력 뭐 이런 게 먹어주는 세상 아닌가?

선배로서 충고하는데, 어디 가서 절대로 대한민국 최저학력세대라고 자신을 스스로 폄하하고 다니지 마시게나. 그보다는 대한민국 최고의 개성세대 또는 대한민국 최고의 창의력세대하고 하고 다니는 게 훨씬 보기 좋단 말일세.



추신: 덧붙이자면, 자네들을 대한민국 최저학력세대라고 비아냥거리는 말들은 실제로 국민의 정부와 이해찬 당시 교육부 장관의 정책을 좌초시키려는 기성세대들이 만들어 낸 말이란 말이지. 그런 말 하는 사람치고 그다지 좋은 교육을 받은 사람이 없다는 거 명심하시게. 대게 일본강점기 때 식민 사관에 기초한 교육정책에 따라 교육을 받은 사람이거든.

<개같은이세상>
Posted by 피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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