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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17 [핫이슈] <디워>와 <진중권>의 교훈
'다요기' (http://www.dayogi.org)에서 활동 중인

"스트라이크테러"님의 글을 옮겨봅니다.

디워와 진중권씨의 사태를 정확하게 지적하신 듯해서

비록 허락을 얻지 못했지만, 같이 공유하고 싶어 게재합니다.


<디워>와 진중권의 교훈

-1-

영화를 만드는 것은 어렵고, 앉아서 '비평'하는 것은 쉽다.

심형래가 <디워>를 만드는 데에 6년 이상의 세월이 걸렸지만,

진중권이 <디워>를 형편없다고 말하는 데에 6초면 충분하다.


사실 600년이 걸렸어도 형편없는 것은 형편없는 것이다.

그 냉정한 객관적 평가가 다른 이유 때문에 바뀌는 것은 곤란하다.


다만, 제대로 된 '비평가'에게는 두 가지 자질이 필요하다.


첫째, '창작물'이 가진 가치를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식과 그것을 과감히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둘째, '창작'에 담겨 있는 열정을 존중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말'로 후려치는 평론가가 땀 흘려 만드는 창작의 열정을 딛고

서서는 안된다.


진중권에게 첫번째 자질은 있는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창작의

열정을 존중할 줄 모른다. '평론할 가치도 없는 쓰레기'라는 식으로

말하며 '내가 옳으니 다 꿇어!'라고 폼 잡기 위해 비평가가 존재하는

것이라면, 진중권은 최고의 비평가다. 하지만 '말'로 먹고사는

평론가들이 득세하는 세상에서는 어떤 창작도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모든 창작은 기본적으로 불완전하니까, 평론가들은 더욱 거친 말로

까대며 득의양양하며, 힘들게 만드는 사람은 바보 취급 받을 테니까...


-2-

나 같은 블로그 영화평론가조차도, 한 가지 관점에 얽매이지 않는다.

'스토리는 별로지만 화면은 볼 만하다', '별 생각 없이 보면 재밌다',

'누구의 팬이라면 만족할 만한 영화', '그냥 한 번 웃자 생각하면

될 만한 영화', '두뇌싸움 포기하고 보면 되는 영화' 등등.


사람들이 오직 '작품성' 하나를 위해 극장을 찾는 것이 아닌데,

평론가가 얼굴 한가득 비웃는 표정으로 '이 따위 영화 보는 바보들

이해 안간다' 식의 독설을 쏟아내는 것은 분명히 월권이다. 힘들게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물론, 관객 모두에 대한 모독일 따름이다.


여기서 잘난 평론가와 못난 나의 차이가 보이지 않는가? 못난 나는

어떻게든 영화 보는 재미를 찾으려는 쪽이다. 왜냐하면, 내가 보기에

별로인 영화도 남들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잘나면 모두가 자기 생각에 따라야 한다고 우겨야하는지 몰라도

못난 내가 보기에 사람들의 제각각 취향은 존중되어야 할 것 같다.


-3-

물론, '우리 것 한 번 띄워보자'는 식의 심형래의 마케팅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필요하다. 하지만 스크린쿼터를 요구하던 주체나,

FTA를 노골적으로 반대해왔던 당을 지지하는사람들이 유독 <디워>를

가혹하게 비판하는 것은 그 숨은 의도를 의심하게 만든다.


진중권은 독일, 프랑스도 못하는 것을 왜 심형래가 하느냐고 한다.

역시나 그랬다. 정주영이 황무지에 조선소를 세우는 것도 미친짓이고,

이병철이 반도체를 보며 미래를 꿈꾸는 것도 미친짓이었다. 앉아서

말로 먹고 사는 평론가들에게, 박정희만큼 씹기 좋은 안주가 또 있을까?


하지만 지금 이 세상은 가만히 앉아서 비웃음을 머금고 현란한 말빨로

조롱하고 까대는 사람들이 만든 것이 아니라, 불완전하더라도 과감히

도전하고 땀과 눈물로 무언가를 만들어온 사람들이 이루어 놓았음을,

그 잘난 머리통으로 알 때도 되지 않았을까?


-4-

사실, 우리에게는 아직도 '비평'이 필요하다. '박정희가 먹고 살게

만들어 줬으니...'라며 도무지 잘못은 쳐다보지도 않으려는 태도가

여전히 존재하고, 진씨가 주장하는 '애국질'의 맹목성도 존재한다.


하지만, '불완전함'을 보듬고 격려하며 더 잘해보자고 말하는 것과,

그것을 비웃고 조롱하며 갖다 버리라고 모욕하는 것의 차이는 크다.

아무리 '불완전함'에 대해 이론적으로 옳은 말을 하더라도 후자에

박수치며 공감하는 것은 성격적으로 문제 있는 사람들뿐이다. 이걸

모른다면 진중권씨는 바보다. 평론가도 불완전한 사람일 뿐 아닌가?


진중권이 천사의 말을 하더라도 사랑 없으면 손톱으로 칠판 긁는

소리일 뿐이다(바울은 이 소리를 몰랐을테니..ㅎㅎ). 비평하는

분야에 대한 애정은 없이, 격한 말을 서슴지 않는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비판은 '비평'이 아니라 '쇼'일 뿐이다.


-5-

이제 좀 보이지 않는가? 진중권 류의 평론가들은 특유의 말빨로

쾌감을 주며 떠올랐었다. 하지만 그게 한계였다. 이것도 씹고,

저것도 비웃고. 앉은 자리에서 온 세상과 세계사를 다 씹어서

뱉고 나면 뭐가 남을까?


나는 대학시절 그런 잘난 사람들을 참 많이도 봤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내 생각은 똑같다: 그들은 결코 '지식인'이 아니다.

아무리 아는게 많고 논리가 정연해도, 그런 덜 된 사람들이

땀 흘려 뭔가를 만든 사람을 비웃는 세상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누가 세상을 만드는지도 모르면서 무슨 지식인 타령인가?

이런 사람들은 '진보'가 아니라 '퇴보'를 가져올 뿐이다.


진중권이 '안될 것을 왜 하느냐?'라고 말할 때, 고인이 된

정주영 회장은 이렇게 말씀하실 것 같다.


"해보기는 했어?"


문약(文弱)한 찌질이들보다, 과감히 도전하는 실천가들이

대접받아야 이 나라가 산다. 이걸 모르면 지식인이 아니다.


스트라이크테러
Posted by 피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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